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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26 Buen Camino
요즘 인도나 네팔 여행중에 사망한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교통사고나 질병 등으로 그리고 트렉킹중 낙마와 고산병 등으로...
어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있겠냐만은
고산병으로 사망한 여행자의 이야기에 마음이 좀 더 쓰인다.
정확히 어느 지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도에서라면 마날리에서 레를 가는 길에서거나 네팔에서라면 ABC트렉킹 중일 터.
고산병이라는 것이 달리 약도 없고 겪어보기 전에는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도 없으며
사람마다 그 정도도 다르고,
정해진 룰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넘어가기 쉽다.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런 밤으로 기억되는 거얼무에서 티벳 라싸를 들어가던 그 길에서
죽지 않을 정도까지만 고산병을 경험한 나는 그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말할 수 있다.
그저 느긋하게 고도에 적응하면서 올라가야 하는게 정석이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여행자들은 그렇게까지 시간을 보낼 여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여행자도 서둘러 길을 올라가다 일을 당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자신의 몸 상태에 신경을 썼더라면 생명을 잃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을....
'이까짓 고산병이야 아마 별 것 아니겠지, 이 정도쯤이야..'했던 것이 화를 불러 일으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은 어차피 어느 정도의 위험이 동반되는 것이고,
어쩌면 죽음과 좀 더 가까이 맞닥드릴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 준 그 길이 어느 순간 돌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언제 어디에서든 누가에게나 가능성이 있는 법.
운 좋게 그 시간들을 넘겼다해서 자만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건 정말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힘이 나를 보살핀 것' 뿐이니까.
지금도 그 곳 어디에선가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서둘지 말고 조금 천천히 그렇게 길을 나설 수 있기를.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죽음은 발생하지 않기를...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Buen Cam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