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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14 Father's Camera 5
아빠의 손에 의해,
어릴적 이쁜짓하던 나를 찍어 내던 아빠의 카메라는
이제 내 손에서 내 방식으로 세상을 봅니다.
참 좋은 카메라도 많겠지만
아빠가 쓰시던 이 카메라가 나는 제일 좋습니다.
무겁고 풀 기계식이라 기동성도 떨어지지만
뭐 여유를 가지고 찍는다고 생각하면 그나마도 나쁘지 않습니다.
커다란 가죽 가방 안에 가지런히 놓였있던 바디와 렌즈 부속품들을 보면서
손도 못대게 하던 그것이 어릴적부터 그렇게 가지고 싶었었습니다.
사진도 찍을 줄 모르던 그때도 생각했었습니다.
언젠가는 내것으로 만들고 말거야.라고..
얼마전 아무말 없이 아빠의 카메라 몇 대를 슬쩍 내 것으로 만들어 놓고 주인행세 하고 있는 내게
'카메라 이상없더냐, 렌즈에 먼지도 많은텐데..예전에 바디 안쪽 패킹이 떨어진 것이 있는데 사진이 괜찮더냐'라며
조금 걱정스래 물으시어 이 녀석으로 찍은 사진을 몇 장 보여 드렸더니 알겠다는 듯 엷은 미소를 띠고 방을 나가셨습니다.
얼마전, 처음으로 이 카메라와 함께 1달 정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다니지만,
곁에 당신이 있는 것 같아 얼마나 든든하던지요.
앞으로도 많은 길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오래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