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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ndry, 합정동, 2010
+10월의 이런 기온은 8년만이라는데
집에 오늘 길에 옷속으로 파고드는 추위가 장난아니다.
갑자기 추워져서 더 그럴 수도.
역시 뭐든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드는 법.
이제는 이 추위와 또 익숙해져야지.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한국남자들(물론 전부는 아니라는 것 알지만 거참...)
여행 많이 한 여자(특히 장기배낭여행)나 외국 생활을 오래한 여자는
막말로 볼짱 다봤다고 단정짓는 인간들이 많다는 것 다시금 느낀다(배우자로 그런 여자는 안된다고...)
깊지도 못해 밑바닥이 다 보이는 그 얕은 속알머리로 하는 소리라는게...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데, 다녀보니까 말이야
한국남자들처럼 찌질한 것들도 없으니 피장파장이다.
메롱~
상종을 말아야 하는게 맞는데
가끔 길 가의 개처럼 튀어나와 대비가 안된다.
말섞을 가치도 없는 것들.
+주말 카페에 앉아 한가롭게 오후시간을 보내는데,
어느샌가 들어오신 귀뚜라미 한마리 떄문에 카페 안이 술렁인다.
남자고 여자고 그 귀뚜라미 한마리에 악악~이건 무슨.
여자들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좀 강해지자!)생각이 들지만
그거 하나 처리 못해서 절절 매는 남자는 뭐?
내가 벌떡 일어나 귀뚜라미를 잡아(손으로 잡고 싶었으나 그랬다가 내가 야만인 취급 받을 것 같아서 종이로)
실외로 던져버리니 그제서야 다들 안심하는 듯한 표정.
여러분!
귀뚜라미는 여러분을 헤치지 않습니다!
이 사실들을 모르나부다.
+계절이 바뀌고 있으니 세탁소나 옷 수선집이 동네 호떡집만큼 바쁘다.
옷 리폼해서 입는 거 좋아하는 탓에 이것저것 갖고 갔더니 아주머니 일이 산더미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늘 보는 풍경이긴 하지만
그날따라 그 모습이 왠지 풍성해 보이기도 하고
늘 미싱을 돌리고 계신 모습이 왠지 마음 짠하기도 하고...
+D-89
시리아 론리 플래닛을 오영언니가 선물도 주었다.
땅덩이가 작아서 움직이는 시간도 짧고(길어야 8시간?) 정보도 컴팩트하니 아주 나이스.
한번 가본 터키는 너무 생소하고, 처음 가는 시리아는 너무 익숙한 느낌이다.
왜 그럴까? 생각하는데 아직 적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가보면 알겠지.
떠나보면 알게 되겠지.
칫솔 끝이 무뎌지고
짧게 자른 머리 끝이 옷깃에 닿고...
시간이 참 속도를 안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그 사이 나도 모르게
또다시 시간에 기대어 기대를 키우는 우를 범하고
다다른 그 끝에
예고된 듯 만나게 된
실망감과 약간의 분을
발끝에 체이는 돌맹이에 푼다.
기다림의 크기가 작지 않을진데
시간이 여전히 더 필요한 일인것인가.
어쩌면 필요한것은
더 이상
'조금 더'의 시간이 아닐 듯.
오늘
바로 지금
오랜만에 햇살이 너무 좋다.
바람도 안성맞춤이고.
산책길에 너무 들떠서
소리를 지를뻔 했어.
뭐 그래도 괜찮겠지.
길게 머물지 않을
가을이 시작됐잖아.
Negombo, 2005
향기 잔잔한 꽃 한송이 내려놓을
작은 무덤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마음속 지지않는 꽃 한송이에
오늘도 조용히 말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