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에 해당되는 글 40건
- 2010.03.23 Little Girls 3
- 2010.03.20 Express 2
- 2010.03.18 Going Home 4
- 2010.03.16 Post Office
- 2010.03.13 Afternoon 3
- 2010.03.12 Sleepless Night 1
- 2010.03.11 Books Stall 3
- 2010.03.10 .
- 2009.10.26 Buen Camino
- 2009.10.03 태양을 피하고 싶어
나를 보자 마자 악!소리를 지르며 놀라 뛰어가는 아가씨들 뒤에
애절하게 내가 소리쳤다.
''I'm not a monster!!
이 작은 마을에 나라는 존재의 등장자체가 너무 쇼킹한걸까.
그래 내가 미안하다...
Local Bus Stand, Ooty, India, 2010
내가 돌아갈 곳.
내가 정착할 곳.
내가 살 수 있을 곳.
만원 버스에 몸을 싣어도
기꺼이 돌아가고 싶을 곳.
하고 싶은 말도
전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말도 이제는 없지만
낯선 곳 낡은 우체국을 만나게 되면
여전히 네게 편지라는 것을 쓰고 싶어진다.
과거 이미 저질러 놓은 것조차 불사르고 싶으면서도
슬그머니 또 그런 마음이 들어.
입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
녹아 흘러 내리는 것이 더 많았던 그것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한방울도 놓치지 않고 먹고 있는 네가 귀여워 보고 있었던 거였는데
먹고 싶은 것 처럼 보였었나?
엄마한테 뭐라 뭐라 하더니
꼬질 꼬질한 손으로 오루피짜리 아이스케끼를 내게 권하던 네 녀석들 덕분에
나 그거 먹고 설사했잖니^^;;;;
거절했어야 하는 거 맞는거였는데...
어린 너도 맛있게 먹고 잘 받아들이던 그것이
내게는 무리였었보다,바보같이 말이야...
너의 그 기특한 마음까지 모두 쏟아낸 것 같아서
나는 많이 미안했었다, 왠지...
우리는 무엇이 다르기에,
아니
문제는 늘 나인것이라는 것을 알긴 알지.
안팍의 열기로 폭발할 것 같던 그 열차에 앉아
성분을 알 수 없는 달고 아린 아이스께끼로 인해 부글거리는 배를 잡고 있으면서
왠지 고마움과 동시에 슬픔이 밀려왔다.
이유는
그럴싸하게 설명할 순 없을거 같아.
Sleepless Night, Mumbai To Chennai, India, 2010
풀리지 않은 웨이팅 티켓대신 떼써서 구한
203루피 티켓을 손에 꼭 쥐고
26시간, 1236Km
뭄바이에서 첸나이로 가는 Chennai Express.
정해진 자리도 없는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인 Ladies Compartment.
열 수 없는 창문.
더운 바람만 뿜어내는 선풍기.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들.
칭얼대는 아이들.
가끔 기어다니는 바퀴벌레.
땀에 젖은 내 몸.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들.
눈을 아프게 만드는 어슴프레한 형광등.
줄어들지 않는 시간.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
모든 것이 나를 잠 들 수 없게 했던 밤.
Books Stall, Ooty, India, 2010
사진 전시를 할 수 있는 거칠지만 반듯한 여유 벽면을 가진
아주 작은 서점을 가지고 싶으다.
다리를 만들려다 견고한 벽을 쌓고,
한발자욱 다가가려다 크게 두걸음 물러서는 나는
아직 멀었다.
요즘 인도나 네팔 여행중에 사망한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교통사고나 질병 등으로 그리고 트렉킹중 낙마와 고산병 등으로...
어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있겠냐만은
고산병으로 사망한 여행자의 이야기에 마음이 좀 더 쓰인다.
정확히 어느 지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도에서라면 마날리에서 레를 가는 길에서거나 네팔에서라면 ABC트렉킹 중일 터.
고산병이라는 것이 달리 약도 없고 겪어보기 전에는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도 없으며
사람마다 그 정도도 다르고,
정해진 룰도 없어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넘어가기 쉽다.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런 밤으로 기억되는 거얼무에서 티벳 라싸를 들어가던 그 길에서
죽지 않을 정도까지만 고산병을 경험한 나는 그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말할 수 있다.
그저 느긋하게 고도에 적응하면서 올라가야 하는게 정석이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여행자들은 그렇게까지 시간을 보낼 여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여행자도 서둘러 길을 올라가다 일을 당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자신의 몸 상태에 신경을 썼더라면 생명을 잃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을....
'이까짓 고산병이야 아마 별 것 아니겠지, 이 정도쯤이야..'했던 것이 화를 불러 일으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은 어차피 어느 정도의 위험이 동반되는 것이고,
어쩌면 죽음과 좀 더 가까이 맞닥드릴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우리를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 준 그 길이 어느 순간 돌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언제 어디에서든 누가에게나 가능성이 있는 법.
운 좋게 그 시간들을 넘겼다해서 자만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건 정말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힘이 나를 보살핀 것' 뿐이니까.
지금도 그 곳 어디에선가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서둘지 말고 조금 천천히 그렇게 길을 나설 수 있기를.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죽음은 발생하지 않기를...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Buen Camino